저탄소 농업

저탄소 농업이란 무엇인가?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농업 패러다임

graycia 2025. 7. 15. 14:29

기후변화는 더 이상 산업계나 에너지 부문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상이변, 가뭄, 홍수, 토양 황폐화 등 농업 현장에서도 기후 위기의 체감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농업은 기후 변화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주범이기도 하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0%가 농업 부문에서 발생한다는 점은 우리가 농업을 단순한 식량 생산의 도구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 가운데 등장한 개념이 바로 ‘저탄소 농업’이다.

저탄소 농업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농업 패러다임

 

저탄소 농업은 탄소중립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농업 패러다임으로, 단순한 생산 기술을 넘어 환경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전략이다.

이 글에서는 저탄소 농업의 개념과 필요성, 적용 가능한 기술, 그리고 실현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저탄소 농업이란 무엇인가?

저탄소 농업은 농업 과정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농업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생산량을 유지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개념은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기후 스마트 농업(Climate-Smart Agriculture)’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주요 전략

저탄소 농업의 주요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운(땅을 가는 행위)을 줄이는 무경운 농법을 통해 토양 내 탄소 유실을 방지한다. 둘째, 질소비료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미생물 비료로 대체하여 아산화질소(N₂O) 배출을 억제한다. 셋째, 메탄 발생을 줄이기 위한 벼농사 물 관리 개선(중간물떼기 등)이 있다. 넷째, 바이오차나 유기물을 토양에 적용하여 탄소를 저장하는 방법도 있다.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은 단기적인 수확량보다 장기적인 생태계 균형을 목표로 한다.

 

왜 지금 저탄소 농업이 중요한가?

기후 위기가 심화되면서, 농업 분야에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생산하느냐’가 핵심이다. 특히 기후변화는 농업 생산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에, 농민 스스로도 저탄소 농업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국제 사회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탄소 국경세’ 논의가 활발하다. 이는 탄소 집약적인 농산물은 수출 시 높은 세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탄소 효율이 낮은 농업 구조는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소비자 인식도 바뀌고 있다. ESG, 친환경, 탄소중립과 같은 키워드는 이제 제품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농산물 소비에도 영향을 준다. 저탄소 인증을 받은 농산물은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어떤 기술들이 활용되고 있는가?

저탄소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먼저 가장 기초적인 기술로는 무경운 농법이 있다. 이는 토양을 갈지 않고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으로, 토양 속 유기탄소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 또한, 드론과 센서를 활용한 정밀 농업은 작물의 생장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불필요한 비료나 물의 사용을 줄인다. 이는 간접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한편, 스마트 관개 시스템은 수분을 필요할 때만 공급함으로써 에너지 절약과 물 낭비를 동시에 줄일 수 있다. 에너지 재활용 시설을 갖춘 축사, 가축 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회수해 에너지화하는 기술도 실현 가능한 단계에 들어섰다. 최근에는 농장 단위에서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거나, 탄소 포집 기능이 있는 작물을 선택해 재배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은 저탄소 농업을 이론이 아닌 실천 가능한 모델로 만들어주고 있다.

 

저탄소 농업의 한계와 가능성

물론 저탄소 농업이 가진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한계는 존재한다.

첫째는 경제성이다. 일부 기술은 초기 투자 비용이 높기 때문에 소농이나 고령 농민들에게 접근성이 낮다.

둘째는 정책적 지원의 부족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저탄소 농업을 위한 장기적 지원 체계가 아직 미비하며, 인증제도나 보상 체계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
하지만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한 국가 차원의 계획이 추진되고 있으며, 농업 분야에서도 그 일환으로 탄소 감축 인증제 도입, 저탄소 농자재 개발, 농촌 태양광 보급 등의 정책이 논의 중이다.

무엇보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다. 농업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식량 위기와 농촌 소멸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저탄소 농업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이다. 이제는 농민도, 소비자도, 정책 입안자도 이 새로운 농업 패러다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