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농업

지속가능한 목장 운영: 방목 방식이 탄소를 줄이는 구조

graycia 2025. 7. 22. 08:00

기후 위기 속 축산업의 딜레마와 해법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14.5%는 축산업에서 발생한다. 특히 소 사육은 메탄(CH₄) 배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로 인해 축산업은 종종 ‘기후 파괴 산업’으로 비판받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전혀 다른 관점의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바로 지속가능한 방목(Pasture-based Livestock Farming) 방식이 그 중심에 있다.

지속가능한 목장 운영 방목 방식이 탄소를 줄이는 구조

 

전통적인 공장식 축사 운영과 달리, 자연 순환을 고려한 목초지 방목 시스템은 오히려 탄소를 흡수하고 토양을 회복시키는 잠재력을 가진다. 이는 ‘기후에 해로운 축산업’이라는 프레임을 넘어서, 탄소 저감과 생물다양성 회복에 기여하는 적극적 수단으로 진화 중이다.

본 글에서는 방목 방식의 구조와 원리, 탄소 저감 효과, 실제 사례와 정책적 확산 방안까지 단계적으로 살펴본다.

 

방목 목장 운영의 기본 개념과 유형

방목(Pasture Grazing)은 가축이 인공사료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 상태의 목초지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으며 자라는 축산 방식이다. 일반적인 축산과 구분되는 핵심 차이점은 사육 공간, 사료 구성, 폐기물 처리 방식이다.

방목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1. 자유방목(Free-range grazing)
    • 방대한 면적에서 소·양 등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먹이를 섭취
    • 에너지 투입 최소화, 기계 사용 없이 자연 기반 사육
  2. 회전방목(Rotational Grazing)
    • 일정 면적을 구획으로 나누고 정해진 시간마다 이동하며 목초지를 회복
    • 과도한 방목 방지, 토양 보호 효과 높음
  3. 집약적 관리방목(Managed Intensive Rotational Grazing)
    • 축산관리자가 토양 상태, 목초 성장률 등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여 방목 일정 조정
    • 정밀 방목(Intensive Grazing)이라고도 하며, 탄소저감 효과가 가장 높음

이러한 방목 방식은 단순한 동물복지 차원이 아니라, 토양과 식생의 건강을 유지하고, 탄소를 토양에 저장하는 중요한 생태 시스템으로 간주된다.

 

방목 시스템의 탄소 감축 메커니즘

방목이 탄소를 줄이는 구조는 토양 생태계와 식물의 광합성 작용, 그리고 유기물의 자연순환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주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① 토양 탄소격리(Carbon Sequestration in Soil)

방목지는 목초류의 뿌리와 낙엽, 동물 배설물 등 유기물이 반복적으로 축적되며, 토양 속으로 탄소가 고정된다. 특히 회전방목 시스템은 토양 압축을 최소화하여 뿌리 생장을 촉진시키고, 장기적인 탄소 저장소로 작동한다.

② 광합성 기반 탄소 흡수

목초지는 매년 성장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뿌리나 토양 유기물 형태로 저장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회전방목된 목초지는 연간 1~3톤의 CO₂-eq를 흡수할 수 있다.

③ 메탄 배출 감소 효과

방목 가축은 자유로운 활동과 섬유질 위주의 먹이를 섭취하므로, 소화 효율이 높고 메탄 발생량이 감소한다. 또한 고정된 배설물이 아닌 넓은 범위로 분산된 배설물은 미생물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어 메탄 생성 조건이 낮아진다.

 

방목 시스템과 공장식 축산의 비교

다음은 전통적인 공장식 축산(Concentrated Animal Feeding Operation, CAFO)과 방목 방식의 구조적 차이를 정리한 것이다.

항목 공장식 축산 (CAFO) 방목 시스템
사육 방식 고밀도 밀폐 공간에서 집중 사육 야외 목초지에서 자연 활동
사료 구성 수입 곡물 기반의 고단백 사료 자생 목초 및 방목 식생
폐기물 처리 고정된 슬러리 저장소, 메탄 다량 발생 자연 분산 + 미생물 분해로 메탄 생성 억제
탄소배출량 CO₂, CH₄, N₂O 모두 고배출 CH₄ 상대적 저배출, 토양 탄소 흡수로 상쇄 가능
에너지 소비 냉난방, 기계화, 항생제·사료 생산 등 고소비 에너지 투입 낮음, 태양광 기반 운영 가능
동물복지 및 생물다양성 낮음, 단일 품종 집중 높음, 생태계 다양성 회복
 

표에서 보듯, 방목 시스템은 탄소 감축, 생물 다양성 확대, 동물 복지,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다방면에서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든다.

 

국내외 사례 – 재생 방목의 글로벌 실천

방목 기반의 지속가능한 목장 운영은 세계 각지에서 실증되고 있으며, 특히 재생 방목(Regenerative Grazing)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 Polyface Farms (버지니아주)

 

  • 방목 회전 주기: 3일
  • 가축 종류: 소, 양, 닭 혼합 사육
  • 효과:
    • 연간 3.2톤 CO₂-eq/ha 탄소 격리
    • 수질 개선, 토양 유기물 2배 증가
    • 인근 지역 식재료 공급으로 푸드마일리지 감소

 

뉴질랜드 – Silver Fern Farms

  • 탄소중립 인증 받은 방목 쇠고기 수출
  • 메탄 저감 사료 + 회전방목 + 탄소 데이터 계량 시스템 도입
  • EU, 일본 등 저탄소 수출시장 확보 성공

한국 – 강원도 인제, 방목 한우 시범사업

  • 자유방목과 회전방목 혼합 운영
  • 기존 축사 대비 전력 사용량 50% 감소
  • 가축 생산 단위당 탄소배출량 24% 저감 기록

이처럼 방목 기반 운영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축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방목 시스템 확산을 위한 과제와 정책 전략

방목 시스템이 저탄소 축산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과 정책이 필요하다.

 

① 토지 확보와 제도적 지원

  • 방목지는 넓은 면적이 필요하므로, 국공유지 개방, 초지 등록제 개선, 임대 기반 확대 등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② 탄소 감축 계량과 인증 체계

  • 방목에 따른 탄소감축량을 정량화하기 위한 디지털 탄소계량기(Carbon Tracker), 토양 샘플링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③ 재생 방목 교육 및 기술 매뉴얼 보급

  • 가축 방목 시 토양침식 방지, 회전 주기 설정, 혼합 가축 운영 방식에 대한 매뉴얼이 필요하며, 지자체와 협력한 실습형 교육 프로그램 확대가 요구된다.

④ ESG 및 탄소 크레딧 연계

  • 방목 시스템을 운영하는 농장은 탄소배출권, 탄소중립 인증, ESG 경영지표와 연계해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이 가능해야 지속가능성 확보가 가능하다.

지속가능한 방목 방식은 단순한 사육 형태를 넘어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생태 복원형 축산모델로 확장돼야 한다.

 

방목, 축산의 미래를 되돌리는 실마리

지속가능한 방목 방식은 축산업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안일 뿐 아니라, 토양 복원, 생물 다양성 회복, 탄소 저감이라는 기후 해결의 실마리가 되고 있다. 전통적인 공장식 축산이 야기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육 방식 자체를 전환하는 구조적 접근이 필수적이며, 방목 시스템은 그 중심에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농장이 이 방식에 참여한다면, 축산업은 기후를 파괴하는 산업에서 회복시키는 산업으로 바뀔 수 있다. 방목은 자연과 공존하면서도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진정한 지속가능한 축산의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