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도 탄소를 흡수한다? 경운 대신 피복작물
땅을 갈지 않는 것이 기후 해법이 되는 이유
오랫동안 농업의 기본이라 여겨져 온 ‘경운(耕耘)’은 사실상 탄소 배출의 원인 중 하나다. 토양을 갈아엎는 과정은 유기물 분해를 촉진하고, 이산화탄소(CO₂)를 대기 중으로 방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면 최근 전 세계 농업계에서는 무경운(No-till) 또는 최소경운(Minimum tillage)과 함께 피복작물(Cover Crop)을 활용한 토양 보호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피복작물은 겨울이나 작물 경작 전후에 토양을 덮기 위해 재배되는 식물로, 일반적인 작물과 달리 수확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토양을 안정시키고 탄소를 저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심지어 일부 ‘잡초’로 분류되는 식물들조차도 탄소를 흡수하고 토양 내 탄소 고정량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왜 경운을 줄이고 피복작물을 사용하는 것이 저탄소 농업에 효과적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탄소 저장 및 환경 보호에 연결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피복작물(Cover Crop)의 정의와 역할
피복작물(Cover Crop)이란 농한기 또는 주작물 경작 전·후 사이에 토양을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심는 식물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수확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토양 건강 유지, 잡초 억제, 침식 방지, 탄소 저장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예시 작물 | 호밀(Rye), 헤어리베치(Hairy vetch), 클로버(Clover), 귀리(Oat) 등 |
주요 기능 | 토양 피복, 유기물 공급, 질소 고정, 미생물 군집 다양성 유지 |
작물 대비 장점 | 비경제 작물이지만 탄소 격리(Carbon Sequestration) 능력이 높음 |
피복작물의 핵심 기능:
- 탄소 흡수: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CO₂를 고정
- 토양 유기탄소 증가: 뿌리와 지상부 생체량이 분해되며 토양 유기물 형성
- 잡초 억제: 햇빛 차단과 생물학적 경쟁을 통해 불필요한 식물 생장 억제
- 질소 고정: 콩과 작물 등은 대기 중 질소를 토양에 공급
무경운과 피복작물이 결합되는 탄소 저감 메커니즘
토양은 지구에서 가장 큰 육상 탄소 저장고(Terrestrial Carbon Sink) 중 하나다. 그러나 경운은 이러한 탄소를 대기 중으로 쉽게 유출시킨다.
반면, 무경운과 피복작물 기술을 병행하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토양의 생물학적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
경운 vs 무경운+피복작물 비교:
- 일반 경운: 토양 교란 → 유기물 분해 가속 → 탄소 배출 증가
- 무경운 + 피복작물: 토양 보호 → 유기물 고정 → 탄소 저장 증가
연구 결과:
- 무경운만 적용 시: 연평균 탄소 저장량 0.3~0.6톤/ha
- 피복작물 병행 시: 0.6~1.2톤/ha까지 상승 가능
피복작물은 특히 뿌리 시스템이 깊고 잔뿌리가 많은 식물일수록 토양 내 유기탄소 함량 증가에 효과적이다.
잡초? 아니다, '자생 피복식물'의 탄소 흡수 역할
일부 농가는 피복작물을 따로 심지 않고, 논·밭에 자생하는 식생을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토양 보호 효과를 얻고 있다. 실제로 ‘잡초’라 불리는 일부 식물들도 다음과 같은 탄소 고정 능력을 보인다.
식물명 | 기능 및 특징 |
명아주(Amaranth) | 광합성 효율 높고, 고온에서도 성장. 뿌리 발달로 토양 유기물 증가 |
개망초 | 짧은 생육 주기로 빠르게 지표면 덮음. 침식 방지 및 미생물 군집 확대 기여 |
쇠뜨기 | 지하뿌리 발달로 토양 내 물리적 구조 개선 및 탄소 고정 가능 |
다만 작물 생육을 방해하지 않도록 시기별 관리(베기, 재배 주기 조절)가 필요하다.
피복작물의 탄소 저감 효과 정량 분석
실제 피복작물 도입 후 탄소 저장량은 다양한 연구에서 계량적으로 입증되었다.
기술 적용 구분 | 연간 토양 유기탄소 변화량 (톤 CO₂/ha 기준) |
일반 경운 + 휴경 | –0.3 (탄소 손실) |
최소경운 + 피복작물 (콩과) | +0.8 ~ +1.2 |
무경운 + 혼합 피복작물 | +1.5 ~ +2.0 |
- 혼합 피복작물(Mixed Cover Crop): 다양한 종을 함께 심어 뿌리 구조 및 생태 다양성을 확대한 방식
-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해당 방식으로 탄소 크레딧(Carbon Credit) 인증을 받기도 함
피복작물 활용 시 고려사항 및 성공 조건
피복작물은 효율적인 탄소 저감 수단이지만,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하지 않으면 오히려 생육 장애나 잡초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 작물과의 경쟁 방지: 주작물 이식 시기 이전에 베어주기 또는 경운 필요
- 질소 잉여 주의: 콩과 식물 남용 시 질소 과잉 발생 가능
- 기계적 장비 확보: 베기, 파쇄, 뿌리 제거 등의 관리 장비 필요
- 탄소 저감 인증 연계: 정량화 시스템(MRV) 없이 감축량 증명 어려움
성공 전략:
- 지역 적응성이 높은 종 선발 (예: 호밀, 헤어리베치, 클로버 등)
- 혼합 파종 + 수분 조절 + 작기 연계 등으로 작물 간 조화 추구
- 정부의 탄소 직불제 또는 친환경농업 직불금 연계 활용
경운을 멈추고, 식물을 심는 것이 기후 해법이다
피복작물은 단순히 토양을 덮는 잡초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를 저장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전략 작물이다. 경운 없이 피복작물을 활용하면, 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토양 유기탄소를 증가시킬 수 있으며, 수질 오염 예방과 생물 다양성 유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자생 식생의 활용까지 고려하면, 비용 부담 없이 탄소 저감 효과를 실현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 된다.
앞으로 저탄소 농업은 경작의 방식을 바꾸는 데서 출발하며, 그 중심에 피복작물 기반의 토양 탄소 관리 전략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