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농업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과 저탄소 농업의 융합 가능성

graycia 2025. 8. 9. 11:00

자연에서 해답을 찾다: 왜 지금 ‘자연기반해법’인가?

기후 위기, 생물 다양성 감소, 토양 황폐화 등은 전 세계가 동시에 겪고 있는 환경 문제다. 이런 복합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떠오르고 있는 개념이 바로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 이하 NbS)이다. 이는 말 그대로 자연의 기능을 모방하거나 활용하여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법이다.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과 저탄소 농업의 융합

예를 들어, 숲을 보존함으로써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거나, 습지를 복원해 홍수를 예방하는 것이 대표적인 NbS 사례다. 그런데 이 개념은 단지 보호나 복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농업과 같은 생산 분야와도 연결될 수 있다. 특히 저탄소 농업(Low-carbon Agriculture)과 결합될 경우, 생산성과 환경 보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자연기반해법이 농업과 만났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자연기반해법은 농업에 도입될 경우 작물 재배 방식, 토양 관리, 수자원 활용 방식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기존 농업은 단기적인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비료와 농약을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토양을 오염시키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

반면, NbS는 농업을 생태계 일부로 통합하려 한다. 예를 들어, 작물 사이에 다른 식물을 심어 토양을 덮고 병해충을 줄이는 혼작(Intercropping), 다양한 작물을 순환하여 재배하는 윤작(Crop Rotation), 나무와 작물을 함께 기르는 산림농업(Agroforestry)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방식들은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고, 땅속에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며,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대표적인 NbS-농업 융합 사례와 그 효과

전 세계적으로 NbS와 농업을 접목한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아래는 대표적인 적용 사례와 그 효과를 정리한 것이다.

적용 방식 설명 탄소 감축 효과
산림농업(Agroforestry) 작물과 나무를 함께 재배하여 탄소 저장, 토양 보호, 생물 다양성 증가 토양 탄소 저장 증가, 비료 사용 감소
피복작물 재배(Cover Cropping) 경작하지 않는 기간에 식물을 심어 토양 유실 방지, 탄소 고정 토양 침식 방지, 유기탄소 유지
습지 복원(Wetland Restoration) 농경지 인근 습지를 복원해 수질 개선, 생물 다양성 증진 메탄 발생 억제, 생태계 탄소 흡수
자연 방제(Biological Control) 해충을 천적으로 통제해 농약 사용 감소 농약 제조·살포로 인한 탄소 배출 감소
이러한 방식은 농민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예를 들어 산림농업은 과일, 나무 열매, 땔감 등 다양한 부가 수입원을 제공할 수 있으며, 피복작물은 자연 비료 역할을 해 다음 작기의 생산성을 높여준다.

 

저탄소 농업과의 융합 가능성,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까?

자연기반해법과 저탄소 농업이 융합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생태적 기법을 차용하는 것을 넘어서, 정확한 설계와 측정, 평가 시스템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예를 들어, NbS가 실제로 얼마나 탄소를 줄였는지 확인하려면 토양 탄소 측정, 생물 다양성 지수, 물 사용량 데이터 등이 필요하다. 이는 앞서 다룬 MRV(모니터링-보고-검증) 시스템이나 디지털 농업 기술과도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를 잘 설계하면, 농민은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 속에서 NbS를 실천하게 되고, 이것이 널리 확산될 수 있다. 즉, 자연을 살리는 일이 경제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 전환 모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연을 따라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농업의 진화

자연기반해법은 더 이상 생태 보호 운동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탄소를 줄이고, 생물 다양성을 회복할 수 있는 ‘다기능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는 지속가능성과 수익성, 탄소중립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농업의 요구에 잘 부합하는 접근이다.

앞으로의 농업은 기술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면서도 과학적 데이터로 성과를 증명할 수 있는 이중 구조를 갖춰야 한다. NbS와 저탄소 농업의 융합은 그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땅을 가꾸는 방식이 바뀌면, 기후도 바뀔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