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자원화: 퇴비화 기술과 메탄 회수 시스템
가축분뇨, 기후위기 시대의 문제이자 해답
가축의 분뇨는 농업에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이다. 하지만 그 부산물이 기후 위기의 숨은 원인이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다. 실제로 전 세계 농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상당 부분은 축산에서 나오는 메탄과 아산화질소에 의해 유발된다. 특히 소와 돼지, 닭 등 가축의 분뇨는 자연 상태에서 발효되며 막대한 양의 메탄(CH₄)을 배출하게 된다. 이는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강한 온실효과를 일으키며, 대기 중 농도를 높이는 주범 중 하나다.
그러나 가축분뇨를 단순히 ‘폐기물’로 보지 않고, 에너지 자원이나 유기질 비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적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축분뇨는 이제 ‘기후 악당’에서 ‘친환경 자원’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이 글에서는 퇴비화 기술과 메탄 회수 시스템을 중심으로 가축분뇨 자원화 기술이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탄소 절감을 위한 가축분뇨 관리의 중요성
가축분뇨는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환경 문제 중 하나로, 단순한 악취와 수질 오염의 원인을 넘어서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가축의 분뇨가 공기 중에 노출되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발생한다. 메탄은 혐기성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며, 저장조나 퇴비사, 축사 내부에서도 다량으로 방출된다. 아산화질소는 분뇨가 토양에 살포된 이후 질소 성분이 변환되면서 생성된다.
문제는 한국의 축산 구조가 집약형 축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소규모 농가보다 대규모 축산단지가 늘어나면서, 분뇨가 한 곳에 집중되어 있고,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메탄이 무방비로 대기로 유출된다. 한우 1마리 기준으로 연간 약 60~70kg의 메탄이 분뇨에서 발생하며, 이는 이산화탄소로 환산 시 약 1.5톤에 달한다.
이처럼 가축분뇨는 관리 방식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급격히 달라지는 민감한 요소다. 따라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자원화 기술을 통해 분뇨를 에너지 또는 비료로 변환해야만 농업의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다.
퇴비화 기술의 탄소 절감 효과
퇴비화는 가축분뇨를 고체 상태로 저장하고,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면서 호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게 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는 작물에 사용되는 유기질 비료로 활용되며, 토양 개량 효과도 크다. 일반적인 퇴비화 과정에서는 메탄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아산화질소 역시 호기성 조건을 유지하면 억제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현재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 설치 지원사업’을 통해 퇴비사, 자동 뒤집기 장비, 고온 발효 장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전라북도 고창군에서는 농가들이 퇴비화 시설을 공동 설치하고, 분뇨를 일정하게 관리함으로써 연간 약 2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환산 감축 효과를 얻었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퇴비화는 단순한 감축 수단을 넘어서 화학비료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대체재로도 작용한다. 화학비료 제조 과정에서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소모되며, 이 역시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진다. 따라서 퇴비 사용은 직접적인 분뇨 감축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탄소 감축 효과도 함께 가져올 수 있다. 다만, 퇴비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여전히 악취나 부패로 인한 메탄 배출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밀한 온도·수분 관리와 기계화 시스템 도입이 필수적이다.
메탄 회수 시스템: 폐기물이 에너지가 되는 기술
메탄 회수 시스템은 가축분뇨가 발효되며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포집하여 바이오가스(Biogas) 형태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폐기물 속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후오염물질인 메탄을 대기로 배출하지 않고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회수된 메탄은 전력 생산, 온수 공급, 또는 차량 연료 등으로 사용 가능하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농촌 마을에 에너지 자립형 모델로 적용되고 있다.
경기도 안성시는 2022년부터 축산단지 내 메탄 회수 설비를 구축하고, 하루 평균 5,000톤의 분뇨에서 발생한 바이오가스를 발전소에 공급해 1,000가구 이상의 전력 사용량을 충당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연간 약 6,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아내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이는 약 10,000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다.
메탄 회수 기술은 유럽에서 먼저 상용화되었으며, 독일, 덴마크 등에서는 축산 농가의 절반 이상이 바이오가스를 활용하고 있다. 한국도 2050 탄소중립 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축산 분야 바이오가스 회수율 6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기술 고도화와 정책적 지원이 진행 중이다. 메탄 회수는 단지 감축 기술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 기술로도 중요성을 가진다.
가축분뇨 자원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과 향후 과제
가축분뇨 자원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제도적 기반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가축분뇨법에 따라 퇴비화 및 액비화가 의무화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규격 미달, 부적절한 관리, 비산 처리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규제보다 인센티브 기반의 자발적 참여 유도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퇴비화나 메탄 회수 시설을 운영하는 농가에 대해 탄소 감축 실적을 공식적으로 인증하고, 이를 탄소배출권으로 전환하거나 직불금 형태로 보상하는 구조가 유효하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가축분뇨 에너지화 실적 기반 인센티브’ 제도를 시범 도입하고 있으며, 농민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자원화된 퇴비나 바이오가스의 품질 관리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퇴비의 성분표기, 냄새 관리, 병해충 차단 등 친환경 농산물 기준을 충족하는 자원화물이어야만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가 표준 퇴비 인증제 도입을 검토 중이며, 바이오가스의 품질 기준 또한 고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민들에게 가축분뇨 자원화가 의무가 아닌 ‘기회’로 인식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퇴비화와 메탄 회수는 탄소중립 목표를 위한 실천인 동시에, 에너지 절감, 비료 비용 절감, 신규 수익 창출이라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정부와 농가가 함께 손잡고 이 기술을 확산시킨다면, 가축분뇨는 더 이상 골칫거리가 아닌 농업의 새로운 자산으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