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농업

한국형 저탄소 농업 기술이 필요한 이유: 기후와 토양의 특수성

graycia 2025. 7. 22. 21:00

글로벌 기준이 아닌, 한국의 조건에 맞는 해법이 필요하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Net Zero)을 향해 움직이는 가운데, 농업 분야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기술과 정책이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저탄소 농업 기술은 북미, 유럽 등 온대기후와 대규모 농장 환경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어, 한국의 농업 환경에 직접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크다.

한국형 저탄소 농업 기술이 필요한 이유 기후와 토양의 특수성

 

한국은 고온다습한 기후, 협소한 농지, 계단식 경작지, 높은 인구 밀도 등 독특한 지리적·기후적 조건을 가진 국가로, 기후 대응 농업에서도 ‘한국형 기술’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기후와 토양 특성에 비춰 기존 해외 기술의 한계를 분석하고, 왜 한국 실정에 맞춘 저탄소 농업 기술이 반드시 필요한지를 과학적이고 정책적인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제시한다.

 

한국 농업의 기후적 특수성과 그 영향

한국은 아시아 몬순기후권에 속해 있으며, 사계절이 뚜렷하고 여름에는 고온다습, 겨울에는 건조한 한랭 기후가 반복된다. 이러한 기후 특성은 다음과 같은 농업 환경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① 단기간 집중 강우

  • 여름철 집중호우는 토양 침식, 비료 유실, 배수불량을 유발하며,
  • 무경운 농법이나 커버크롭 유지가 어렵다.

② 여름 고온 스트레스

  • 7~8월 평균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작물의 생육 저하 및 병해충 발생률이 높아진다.
  • 이는 방제용 농약 및 에너지 투입 증가 → 간접 탄소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③ 겨울철 농경지 유휴화

  • 겨울에 재배가 어려운 기후 조건은 농지의 비생산 기간을 확대시키며,
  • 탄소 흡수 작물의 연중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한국의 기후는 외국 사례에서 소개되는 저탄소 농법과는 완전히 다른 운영 조건과 생태 리듬을 가진다. 그러므로 단순 도입이 아니라, 지역 기후에 맞춰 조정된 기술의 내재화(Localization)가 필요하다.

 

한국 토양의 특성으로 인한 글로벌 모델의 부적합성

기후뿐 아니라 한국의 토양 구조도 세계 주요 농업국과 확연히 다르며, 이 역시 저탄소 기술의 국산화를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다.

 

① 산악 지형과 협소한 농지

  •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로 구성되어 있고, 평야는 일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 계단식 논, 경사밭 등 특수지형에서 무경운 농법이나 대형 기계화 기술은 적용이 어렵다.

② 토양 유기물 함량이 낮음

  • 한국 농지의 평균 유기물 함량은 약 2% 수준으로, 유럽(57%)이나 북미(46%)에 비해 낮다.
  • 탄소 격리 기술의 효율성이 제한되고, 탄소 흡수량 예측 모델도 현실과 차이가 크다.

③ 토양 산성화 문제

  • 화학비료 과다 사용과 집약농업의 영향으로 토양 pH가 낮아진 지역이 많아,
  • 미생물 기반 탄소 고정 기술이 활성도 저하를 겪는다.

따라서 한국형 저탄소 농업 기술은 토양 개량, 탄소 저장력 향상, 미생물 다양성 복원 등을 통합 설계해야 하며, 해외 기술을 그대로 이식할 수는 없다. 기술의 성공 여부는 토양이 그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해외 저탄소 농업 기술의 한계와 한국형 기술의 필요성

글로벌 농업기술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 기반이 되는 환경과 시스템이 한국과 다르다. 주요 한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 해외 기술의 특성 한국에서의 한계
무경운 농법 넓은 평지, 토양 유기물 풍부 산지 경작지에서는 침식 위험 증가
커버크롭 활용 연중 작부 가능, 기후온화 겨울작물 제한적, 물부족·병해 우려
바이오차 활용 대규모 목재 공급, 자가 소각 가능 폐자원 부족, 농가 내 소각·처리 인프라 미비
탄소계량 시스템 자동화, 센서 인프라 구축 소농 위주 구조에서는 도입비용 부담
탄소 크레딧 판매 시장 규모 크고 거래 구조 활성화 국내 시장 미성숙, 실적 인증 체계 미비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단순 모방이 아닌, 한국형 탄소 절감 농법과 토양 탄력성 기반 기술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벼논의 메탄 저감 기술, 고랭지 지역 맞춤 비료 전략, 장마철 대비 피복관리 기술 등이 그것이다.

 

 

 

한국형 저탄소 농업 기술 개발을 위한 조건과 전략

한국형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연구개발뿐 아니라 정책, 지역 사회, 농가 참여가 결합된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① 작물별 탄소 배출 데이터 축적

  • 논, 고랭지 채소, 시설재배 등에서의 작물·경작별 탄소 배출량 정밀 계량 데이터 확보가 우선이다.

② 지역 토양 데이터 기반 기술 매칭

  • 농촌진흥청, 지자체, 민간기업이 협력해 토양지도+기후데이터+작물정보를 통합한 저탄소 기술 추천 알고리즘을 구축해야 한다.

③ 저비용 고효율 모델 개발

  • 대규모 장비 기반이 아닌, 소농도 쉽게 접근 가능한 실천형 저감 기술(예: 비료 사용량 절감 앱, 수분 센서 기반 관개 시스템 등)을 확대해야 한다.

④ 교육과 정책 연계 강화

  • 개발된 기술은 농가에 교육을 통해 확산되어야 하며, 기술 이행률에 따라 직불금 가산, 저탄소 인증 확대 등 제도적 인센티브 제공이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형 저탄소 농업 기술은 단순한 현장 기술이 아니라, 국가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이자, 지역 농업 생존 전략의 핵심 축이다.

 

한국의 땅과 하늘에 맞는 ‘로컬 솔루션’이 해답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국제공조가 필수지만, 실천은 지역에서 이뤄진다. 한국의 농업은 기후와 토양, 재배 구조 모두에서 독자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무시한 채 수입된 기술만으로는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이제는 한국의 현실에 맞는 저탄소 기술을 설계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며, 농민과 함께 확산해 나갈 지역 밀착형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형 저탄소 농업’은 단지 기술 개발의 문제가 아니라,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국가의 기후 대응 역량을 동시에 높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