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와 농업의 관계, 왜 토양이 중요할까?
지구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주 중요한 요소인 탄소가 있다. 탄소는 공기 중에 있을 때는 이산화탄소(CO₂)로 존재하며, 너무 많아지면 지구를 덥게 만드는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우리가 자동차를 타거나, 전기를 만들 때 생기는 이산화탄소가 그 원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농업, 특히 흙(토양)도 이 탄소와 깊은 관련이 있다.
농사를 지을 때 흙을 갈거나 비료를 많이 쓰면 오히려 땅속에서 탄소가 공기 중으로 올라올 수 있다. 반대로 흙 속에 탄소를 잘 가두는 방법을 쓰면 탄소를 흡수하는 농사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농업에서는 이 탄소를 얼마나 줄이고, 얼마나 땅속에 저장하는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토양 탄소 회계 시스템이다.
토양 탄소 회계 시스템이란? 쉽게 말해 ‘흙 속 통장 관리’
회계(會計)라고 하면 보통 숫자와 계산을 떠올린다. 토양 탄소 회계 시스템은 말 그대로 땅속 탄소의 양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마치 우리가 은행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기록하듯, 이 시스템은 흙 속에 있는 탄소가 얼마나 쌓이고 빠지는지를 기록한다.
이 시스템이 있어야만 농가나 정부가 “우리는 얼마만큼 탄소를 줄였다”고 말할 수 있고, 그것이 정확한 숫자로 증명된다. 나중에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보상금을 받거나 탄소 배출권을 사고파는 일도 가능하다. 그러니 ‘탄소 통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 시스템은 위성 사진, 땅속 센서, 스마트폰 앱 등을 활용해 자동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계산해 준다. 과학이 농업에 들어오면서 가능한 일이 된 것이다.
토양 탄소 회계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
지금은 많은 나라들이 탄소를 줄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공장이나 자동차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농업에서도 탄소 줄이기에 나서야 하는 시대다. 하지만 농업에서는 탄소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줄였는지를 알기 어렵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탄소를 숫자로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
토양 탄소 회계 시스템이 있으면, 농사를 지을 때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으로 탄소를 줄이는지 알 수 있고, 효과가 높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밭에 풀을 심어 흙이 말라 날아가지 않게 하거나, 퇴비를 이용해 땅속에 탄소를 넣는 방법 등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 수치로 보인다.
또한 이 시스템을 통해 농부는 자신의 농장에서 탄소를 얼마나 흡수했는지를 정부나 회사에 증명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농부는 탄소를 줄인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새로운 수입이 생긴다.
국내 도입 전략: 접근가능성 확보와 제도 마련
이런 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하려면, 먼저 농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구부터 마련해야 한다. 너무 복잡한 기술이나 기계가 아니라, 앱이나 스마트폰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또한, 실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설명회를 열어야 한다. "왜 탄소를 줄여야 하고, 그것이 내 농장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를 직접 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법이나 제도로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탄소를 많이 줄인 농가에는 보조금이나 탄소 포인트를 주고, 그 성과를 인증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제도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연구기관이나 대학, 지방 농업센터와 함께 실험하며 점점 넓혀 나가야 한다. 작물의 종류나 지역에 따라 흙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방식만으로는 전국에 적용하기 어렵다. 그러니 맞춤형 탄소 회계 시스템이 필요하다.
흙이 탄소를 지킨다, 저탄소 농업의 새로운 미래
토양은 단순히 작물을 키우는 공간이 아니라,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자연의 금고다. 농약이나 비료를 너무 많이 쓰지 않고, 피복작물을 심고, 퇴비를 활용하는 등의 방법은 흙 속에 탄소를 더 오래 머무르게 도와준다. 이 탄소를 제대로 기록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토양 탄소 회계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
앞으로 한국 농업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 시스템을 꼭 도입해야 한다. 그것이 농민에게는 새로운 수입원이 되고, 국가에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힘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래 세대가 살아갈 깨끗한 지구를 지키는 방법 중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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