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 배출의 문제와 축산업의 역할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등이 있다. 그중 메탄은 온난화 잠재력(Global Warming Potential, 지구온난화지수)이 이산화탄소보다 약 28배 높아, 적은 양이라도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특히 축산업에서는 소, 양, 염소와 같은 반추동물의 ‘장내 발효(Enteric Fermentation)’ 과정에서 많은 양의 메탄이 발생한다. 이 과정은 동물의 위 속 미생물이 섬유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메탄을 생성하는 생물학적 반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약 40%가 농업 부문에서 발생하며, 그 절반 이상이 축산업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메탄 감축 없이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사료 조성 변화로 메탄을 줄이는 원리
메탄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저메탄 사료(Low-methane Feed)’ 개발이다. 사료의 영양소 비율과 첨가제를 조정하면 반추동물의 장내 발효 과정에서 메탄이 생성되는 비율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조류 첨가는 최근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방법이다. 호주연구진은 Asparagopsis taxiformis라는 적색 해조류를 소 사료에 1~2% 섞었을 때 메탄 배출량이 최대 80% 감소하는 효과를 관찰했다. 해조류 속 브로모폼(Bromoform, 브로모포름) 성분이 메탄 생성균(Methanogen, 메탄 생성 미생물)의 효소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산균 첨가제는 장내 미생물 환경을 변화시켜 발효 효율을 높이고, 메탄 대신 프로피온산(Propionic acid, 프로피온산)과 같은 다른 에너지원 생산을 촉진한다. 이는 동물 성장 속도를 높이고 사료 효율도 개선하는 이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고지방 사료(예: 아마씨, 대두유)는 발효 과정을 우회시켜 일부 섬유소 발효를 줄이므로 메탄 생성량을 감소시킨다. 하지만 과도한 지방은 소화 불량을 일으킬 수 있어 적정 비율 조절이 필수다.
메탄 저감형 사료 주요 기술과 효과
사료 유형 | 메탄 저감 효과 | 주요 원리 | 부가 장점 |
해조류 첨가 | 30~80% | 브로모폼 성분이 메탄 생성균 효소 억제 | 고단백 공급, 사료 효율 향상 |
유산균 첨가제 | 10~20% | 장내 발효 경로 변경, 프로피온산 생성 촉진 | 장 건강 개선, 면역력 강화 |
고지방 사료 | 5~15% | 발효 일부 차단, 대체 에너지원 생성 | 에너지 밀도 증가, 체중 증가 |
기능성 식물 추출물 | 10~25% | 항균성 물질로 메탄 생성균 억제 | 항산화 효과, 사료 기호성 개선 |
국내외 적용 사례와 성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축산업이 주요 산업인 국가들은 이미 저메탄 사료의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저메탄 사료 인증제’를 도입해 농가가 인증을 받으면 탄소크레딧(Carbon Credit)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축산과학원과 일부 대기업 사료회사가 공동으로 ‘저메탄 기능성 사료’를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주도의 한 한우 농가는 해조류 혼합 사료를 6개월간 급여한 결과, 가축당 메탄 배출량이 35% 감소했고, 사료 효율이 12% 향상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히 온실가스 저감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 인식이 변화하면서 ‘저탄소 축산물’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 잡고, 친환경 인증 마크 부착 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는 농가 소득 향상과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다.
기술적 과제와 보급 전략
저메탄 사료 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원료의 안정적 공급이다. 해조류나 특수 첨가제는 생산량이 제한적이며, 가격 변동성이 크다. 대량 공급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농가 확산이 어렵다.
둘째, 효과의 장기 지속성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첨가제를 장기간 급여하면 메탄 생성균이 적응해 효과가 감소하는 ‘내성’ 문제가 보고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첨가제의 주기적 변경이나 복합처방이 필요하다.
셋째, 농가 수용성이다. 새로운 사료를 도입하려면 가격 부담과 급여 방식 변경에 대한 농가의 심리적 저항이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탄소감축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가 병행돼야 한다.
메탄 저감 사료의 미래 가치
메탄 배출 저감형 사료는 단순히 기후 변화 대응 기술을 넘어, 국가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 축으로 발전할 수 있다. 국제 무역에서도 탄소 배출량에 따른 무역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므로, 저메탄 축산물은 해외 시장 진출의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향후에는 사료 개발뿐 아니라, 인공지능(AI) 기반 가축 모니터링 시스템과 결합해 개체별 발효 상태를 실시간 분석하고, 맞춤형 사료를 급여하는 기술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러한 정밀 축산(Precision Livestock Farming, 정밀축산)은 환경 보호와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길이 된다.
'저탄소 농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록체인 기반 저탄소 농산물 인증 시스템: 투명성과 신뢰 확보 방안 (0) | 2025.08.11 |
---|---|
농업 폐기물의 바이오연료화 기술: 탄소중립을 넘은 에너지 자립 가능성 (0) | 2025.08.10 |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과 저탄소 농업의 융합 가능성 (0) | 2025.08.09 |
저탄소 농업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 작물 생육 예측부터 병해충 경보까지 (0) | 2025.08.08 |
기후적응형 저탄소 품종 개발: 내염성, 내건성 작물의 탄소 감축 효과 (0) | 2025.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