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와 농업의 관계, 왜 품종 개발이 중요한가?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면서 농업 환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규칙적으로 비가 오고 사계절이 뚜렷했지만, 이제는 가뭄, 폭염, 염분 증가 같은 극한 조건이 농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작물은 잘 자라지 못하거나, 많은 자원을 소비해 수확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기후적응형 품종이다. 즉,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된 작물 품종이다. 이 품종들은 단지 살아남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사용과 비료 투입을 줄이고, 수확량은 유지하거나 늘리는 방향으로 개발된다. 이것이 바로 저탄소 농업의 실현에도 중요한 열쇠가 되는 이유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내염성’(salt-tolerant)과 ‘내건성’(drought-tolerant) 작물에 주목해, 이 품종들이 왜 저탄소 농업과 연결되는지, 실제 효과는 어떤지를 살펴본다.
내염성·내건성 품종의 개념
내염성 품종(salt-tolerant crops)은 말 그대로 토양에 염분이 많아도 잘 자라는 작물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거나 가뭄이 반복되면, 지하수에 포함된 염분이 지표로 올라와 토양 염류집적(soil salinization)이 심해진다. 이런 땅에서는 일반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지만, 내염성 품종은 상대적으로 적은 물과 비료로도 생장을 유지할 수 있어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반면, 내건성 품종(drought-tolerant crops)은 물이 부족한 조건에서도 견디며 성장할 수 있도록 개발된 작물이다. 이 품종은 뿌리의 구조나 증산 작용을 조절하는 기능이 뛰어나 관개량(물 사용량)을 줄이고, 펌프나 급수에 드는 에너지 소비도 절감할 수 있다.
내염성/내건성 품종 비교
구분 | 내염성 작물 | 내건성 작물 |
주요 특성 | 염분 많은 토양에서도 생장 가능 | 가뭄 조건에서도 생육 유지 |
환경 효과 | 염류집적지 활용 → 농지 확대, 비료 사용 감소 | 물 절약 → 관개 에너지 절감, 펌프 전력 사용 줄임 |
탄소 효과 | 토양개량 효과 + 자원 투입 감소 | 물·에너지 사용 최소화 → 온실가스 간접 감축 |
대표 품종 예시 | 내염성 벼, 보리, 사탕무, 토마토 | 내건성 옥수수, 콩, 수수, 고구마 |
왜 이 품종들이 ‘저탄소’ 효과를 가지는가?
농업에서 탄소 배출은 주로 비료 사용, 관개, 기계 운용, 수확 후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내염성이나 내건성 품종을 도입하면 이들 자원 투입이 줄어들어 탄소 배출도 자연스럽게 감소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내건성 옥수수를 재배할 경우 관개용 전기펌프 가동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이는 곧 전력 사용 감소로 이어져 탄소 감축에 기여한다. 내염성 벼는 고염지에서도 생장하므로, 토양 정화나 개량에 드는 비용과 화학 약품 사용량을 줄여준다.
또한 이러한 품종은 기후 재해 발생 시 피해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수확할 수 있게 해 농업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이는 결국 기후 적응력 강화 + 탄소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이 되는 것이다.
실제 적용 사례와 연구 흐름
세계 각국에서는 이미 기후 적응형 품종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ICAR(Indian Council of Agricultural Research)를 중심으로 내건성 벼 품종이 개발되어, 극심한 가뭄에도 연간 10% 이상의 수확 안정성을 보여주었다.
중국에서는 염류 토양 전용 내염성 밀 품종을 개발하여, 염분 농도 8~10 dS/m 조건에서도 일반 품종 대비 1.5배 이상의 수확량을 기록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농촌진흥청과 지역 농업기술센터가 중심이 되어, 내염성 벼와 내건성 고추, 콩 품종 등을 개발 중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실증사업도 병행되고 있다. 특히 ‘기후탄력형 농업 기술 개발’ 국책사업과 연계하여, 이 품종들의 탄소 감축 효과까지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연구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런 연구는 단순한 생물학적 육종을 넘어서, 농업이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품종 하나가 기후 대응의 흐름을 바꾼다
기후 적응형 작물 품종은 단지 기후에 “버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농업을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으로 전환시키는 핵심 기술이다. 내염성, 내건성 품종을 통해 비료·물·에너지 같은 투입자원을 줄이면서도 수확량을 유지하거나 늘릴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확보하는 길이 된다.
앞으로의 농업은 기술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어떤 품종을 선택하고, 어떤 땅에 어떻게 키우느냐가 기후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탄소를 줄이는 작물, 기후에 대응하는 품종, 그 선택이 2050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실질적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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