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농업

탄소를 줄이는 스마트 관개 기술, 얼마나 절감할 수 있을까?

graycia 2025. 7. 16. 18:00

물 관리가 곧 탄소 감축이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물 관리’가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 물은 단순한 생장 요소가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과 직결된 중요한 자원이다. 전통적인 관개 방식은 관성적으로 물을 많이 쓰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실제로 필요 이상의 물 소비는 에너지 낭비와 탄소 배출을 유발한다. 특히 지하수 펌프, 관정, 스프링클러 시스템 등은 전기를 대량으로 소비하며, 이 전기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그 결과, 물을 절약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스마트 관개 기술이다. 스마트 관개 기술은 ICT 기반의 정밀 농업 기술로, 필요할 때 필요한 양만큼 물을 공급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은 높이고 탄소는 줄이는 차세대 농업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저탄소 농업을 위한 스마트 관개 기술

 

저탄소 농업을 위한 스마트 관개의 개념

스마트 관개 기술은 토양, 작물, 기상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여, 최적의 물 공급 시기와 양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센서, 통신 모듈, 중앙 제어기, 자동 밸브 등으로 구성되며, 사람이 직접 농장을 돌지 않아도 자동으로 작동한다.

핵심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다. 예를 들어, 토양 수분 센서가 작물의 뿌리 깊이에 있는 토양의 수분 농도를 감지하고, 기상 정보와 연동해 며칠간 강우가 예상되면 관개를 미루는 식으로 작동한다.

스마트 관개 기술의 핵심 = 자동화

이러한 자동화는 물 낭비를 크게 줄인다. 기존 관개 방식에서는 “대충 하루에 한 번”이라는 기준으로 물을 줬다면, 스마트 관개는 “지금은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려 물을 아예 쓰지 않게 한다. 이 과정에서 펌프 작동 횟수가 줄고, 전기 사용량도 자연스럽게 절감된다. 즉, 물을 아끼는 동시에 전기에너지 절약이 이루어지고, 그만큼 탄소 배출도 감소하는 구조다.

시스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실제로 일부 농가에서는 30~50%의 물 사용량 절감, 에너지 소비 40% 이상 절감, 이산화탄소 배출량 연간 1.5톤 이상 감소라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실제 사례를 통한 스마트 관개의 절감 효과

스마트 관개 시스템의 탄소 감축 효과는 여러 실증 사례를 통해 검증되고 있다.

경북 영천시의 포도농가에서는 스마트 관개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이전 대비 관개 횟수가 주당 평균 4회에서 2회로 감소했고, 연간 1,200kWh에 해당하는 전기 사용량이 절감되었다. 이는 연간 이산화탄소 570kg 이상 감축된 수치다. 단일 농가 기준으로 볼 때 적어 보일 수 있으나, 지역 단위로 확산될 경우 상당한 기후 개선 효과를 낳는다.

또한 충청남도의 스마트팜 밀집 지역에서는 자동 관개 시스템 도입 후 작물 생육 상태가 오히려 더 좋아졌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수분 스트레스가 줄어 병해충 발생이 감소했고, 농약 사용량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이처럼 스마트 관개 기술은 단순히 물만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 생태계 전반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다층적 효과를 갖는다. 게다가 이 시스템은 태양광 발전과 연계하면 에너지 자립 농장으로도 발전할 수 있어, 탄소 중립 농업 모델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 관개 기술 도입의 현실적 한계와 보완 과제

스마트 관개 기술은 확실히 효과적이지만, 도입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장벽도 존재한다.

우선, 초기 설치 비용이 문제다. 소형 시스템이라도 센서, 제어장치, 통신기기, 자동 밸브 등을 포함하면 최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영세 농가나 고령 농민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둘째, 기술 활용 교육 부족도 한계다. 시스템이 자동으로 돌아간다고는 하지만, 초기에 설정하는 기준, 기기의 관리, 센서 오류 대응 등은 여전히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오히려 수분 과다 또는 부족으로 작물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또한, 기상 정보에 따른 제어 정확도가 완벽하지 않은 것도 변수다. 예측 강우량이 실제보다 적게 내리거나, 센서가 고장 나는 경우 예상치 못한 관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오류는 결국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단순한 기기 보급을 넘어서 전문가 컨설팅, 사후 점검, 교육 체계화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기술은 이미 준비되었지만, 이를 어떻게 농민이 잘 쓰도록 도와줄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

 

미래를 위한 전략: 저탄소 농업과 스마트 관개 기술의 확산 조건

스마트 관개 기술은 단순한 농업 자동화 기술이 아니라, 탄소중립 농업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기후변화로 강우 패턴이 불안정하고 가뭄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정확한 물 관리’가 작물 생존을 좌우하게 된다. 앞으로는 단순한 관개가 아닌, 기후 적응형 스마트 관개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정책적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스마트 관개 시스템 도입 시 비용의 일정 부분을 국비 또는 지방비로 지원하고, 일정 기간 유지관리 비용도 함께 보조하는 방식이 유효할 수 있다.

둘째, 저탄소 인증과 연결하는 구조가 중요하다. 스마트 관개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 감축량이 인증되면, 해당 농가에 ‘저탄소 농산물’ 인증을 부여하고 가격에 반영되도록 유통망도 연계되어야 한다.

셋째, 지역 기반 시범사업 확대를 통해 기술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입증하고, 그것이 다시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결국 스마트 관개 기술은 비용 절감, 수확량 안정화, 탄소 감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전략이다. 기술과 농민, 정책이 연결될 때 이 시스템은 지속가능한 농업의 표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