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농업

친환경 농기계의 진화: 전기 트랙터와 수소 농기계의 현재와 미래

graycia 2025. 7. 17. 15:00

이제 농기계도 탄소를 생각해야 할 때

기후위기가 일상화되면서 모든 산업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 분야에서는 오히려 농기계의 전력화 및 탈탄소화 논의가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기존 농기계는 대부분 디젤 연료를 사용하며, 배기가스, 미세먼지,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한다. 한국의 경우, 농기계가 전체 농업 탄소 배출량의 약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체할 기술은 아직 보급 초기 단계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전기 트랙터와 수소 농기계라는 새로운 흐름이 등장하며, 농업 분야도 본격적인 전기화, 수소화 시대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친환경 농기계가 왜 필요한지, 현재 어떤 기술이 개발 중이며, 미래 농업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기존 농기계의 탄소 배출 현황과 문제점

기존 농기계는 대부분 디젤 엔진 기반이다. 디젤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고토크 출력이 가능하여 농작업에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이산화탄소(CO₂),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PM)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특히 노후 농기계일수록 배출 기준이 낮아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확기마다 농촌 일대가 디젤 연기로 자욱해지는 현상이 벌어지며, 주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등록 농기계의 80% 이상이 10년 이상 된 노후 기계로 집계되었으며, 연간 약 7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농기계에서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일반적인 중소도시의 교통 분야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처럼 농기계는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농촌의 탄소 배출 주범 중 하나로 인식돼야 한다. 또한,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농가 부담도 커지고 있어, 친환경 농기계 전환은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적 차원에서도 절실한 과제다.

 

전기 트랙터 기술의 현재와 보급 현황

전기 트랙터는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이용해 작동하는 농기계다.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으며, 작동 시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어 쾌적한 작업 환경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충전만으로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어 농민의 경제적 부담도 감소한다. 예를 들어, 기존 디젤 트랙터의 연료비가 1시간 작업당 평균 7,000원이라면, 전기 트랙터는 약 1,500원 수준의 전기료만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친환경 농기계 전기 트랙터와 수소 농기계

 

국내에서는 2023년부터 정부가 전기 트랙터 시범 보급 사업을 본격화했다. 국산 모델로는 대동, LS엠트론 등에서 50~80마력급 전기 트랙터를 개발하여 일부 지자체에 시범 공급 중이다. 특히 충청남도와 전라남도에서는 전기 트랙터를 도입한 농가 대상으로 최대 50%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광 충전 시설과 연계한 스마트 에너지 농장도 시범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용량 한계로 인해 장시간 작업에는 아직 제약이 있으며, 충전 인프라가 농촌에 부족하다는 점도 과제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전기 트랙터는 현재로서는 소규모 농지나 단기 작업용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성과 저비용 구조는 분명한 장점으로, 향후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점차 보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수소 농기계는 왜 주목받는가?

수소 농기계는 전기와 달리 수소 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장비다. 연료전지를 통해 수소와 산소가 결합하면서 전기가 생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모터를 구동시켜 농기계가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물질은 오직 수증기뿐이며, CO₂나 미세먼지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수소 농기계는 전기 트랙터보다 긴 작동 시간과 강력한 출력을 제공할 수 있어 대형 작업용 기계에 적합하다. 현대자동차, LS엠트론, 두산퓨얼셀 등이 협력하여 개발 중인 100kW급 수소 트랙터 프로토타입은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 모델은 한 번의 수소 충전으로 6시간 이상 작업이 가능하며, 출력 면에서도 기존 디젤 트랙터와 동등한 성능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충전 시간이 5~10분에 불과해, 배터리 충전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기 트랙터의 단점을 보완한다.

한국 정부는 수소경제 로드맵에 따라 농촌 수소 충전소 구축도 병행하고 있으며, 전북 익산, 충남 보령 등에 수소 기반 농업 특화 시범단지를 조성 중이다. 다만 수소의 생산 및 저장 기술,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수소는 고압 상태로 저장되기 때문에 기계의 구조적 안전성 확보와 농민 교육이 필수적이다.

 

저탄소 친환경 농기계의 역할: 농업의 패러다임 변화

친환경 농기계는 단순히 기존 장비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농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에는 전기 및 수소 농기계가 스마트팜, 자동화 시스템, 원격 제어 기술과 연계되어 완전히 새로운 농작업 환경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센서가 자동으로 작물의 상태를 분석하고, AI가 판단하여 전기 트랙터가 자율 주행으로 방제나 수확 작업을 수행하는 형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는 농촌 문제를 해결하고, 기후위기에 강한 지속가능한 농업 모델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농기계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줄어들면 전체 농업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2050년까지 한국 농업이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농기계의 전기화·수소화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울러, 이런 기술 변화는 농기계 산업 자체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배터리 기술, 연료전지, 전력 제어 장치 등 첨단 산업과의 융합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이는 결국 지역경제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한 기계의 진화가 아닌, 농업 생태계 전반의 진보를 의미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