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농업

동물복지와 저탄소 축산업: 지속가능한 사육 방식이 갖는 의미

graycia 2025. 7. 24. 08:00

축산업, 탄소 감축과 윤리적 전환의 갈림길에 서다

기후 위기가 본격화된 오늘날, 축산업은 그 지속 가능성을 둘러싸고 복잡한 논의의 중심에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14.5%가 축산업에서 비롯되며, 이 중 상당 부분은 공장식 축산(Industrial Livestock Production)의 에너지 과잉, 분뇨 집중, 곡물 사료 사용에서 기인한다.

동물복지와 저탄소 축산업 지속가능한 사육 방식

 

반면, 최근 급부상한 동물복지형 축산(Animal Welfare Livestock)은 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연에 가까운 사육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동물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새로운 축산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윤리적 접근을 넘어서, 동물복지 축산은 실제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순환 생태계를 복원하는 구조로 작동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동물복지와 저탄소 축산업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어떤 방식의 사육 모델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지 실제 사례와 함께 정리한다.

 

동물복지형 축산의 개념과 기본 원칙

동물복지(Animal Welfare)는 동물이 태어나서 도축되기까지의 생애 전 과정에서 고통 없이 본능에 맞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육 방식을 말한다. 이는 단지 도덕적 요구가 아니라, 생산성과 품질, 탄소 배출량까지 직결되는 실천적 기준이 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5대 자유 원칙:

  1. 배고픔과 갈증으로부터의 자유
  2.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3. 고통·상해·질병으로부터의 자유
  4. 자연스러운 행동을 표현할 자유
  5. 공포와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는 동물복지형 축산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 실내 밀집 사육을 지양하고, 야외 방목 또는 개방형 축사 도입
  • 항생제 및 성장촉진제 사용 최소화
  • 사료 자급률 및 지역 순환형 유기자원 활용

이러한 사육 방식은 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질병 발생률을 낮춰 항생제 사용을 줄이며, 궁극적으로 탄소 및 기타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동물복지와 탄소 감축이 연결되는 구조

동물복지형 축산이 저탄소 구조와 연결되는 메커니즘은 단순하지 않지만, 환경·건강·자원 효율성의 복합적 상호작용을 통해 구현된다.

 

① 사료 전환 구조

공장식 축산은 대부분 곡물사료(옥수수, 대두 등)를 수입해 사용하며, 이 과정에서 수송·가공·사료 생산의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 매우 크다.
반면, 동물복지형 축산은 풀사료, 자급 사료, 농업 부산물 활용을 통해 탄소 절감을 실현한다.

 

② 질병 감소 → 항생제 사용 감소

스트레스가 적은 환경에서는 동물 면역력도 높아져, 질병 예방을 위한 항생제 사용이 줄어든다.
항생제 생산 및 투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탄소 배출을 억제할 수 있다.

 

③ 배설물 관리 효율성

밀집 사육은 배설물이 축사 내에 집중되어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가 대량 발생하지만,
동물복지 사육은 분산 배출 → 자연 건조 → 토양 환원 구조로 인해 가스 발생량이 현저히 낮다.

 

 

실제 국내외 사례 비교 분석

독일 – Neuland 인증 농장

  • Neuland는 독일 동물복지 및 환경 인증제
  • 복지형 돼지 사육 시스템 운영
    • 자유이동 공간 제공
    • 항생제 사용률 일반 농가 대비 70% 낮음
    • 온실가스 배출량 40% 저감

한국 – 동물복지 인증 한우 농장 (충북 괴산)

  • 방목 중심의 한우 사육
  • 분뇨는 지역 퇴비화 시설로 순환
  • 사료의 50% 이상을 자급
  • 2023년 농진청 분석 결과:
    • 일반 한우 농장 대비 탄소배출량 31% 낮음

일본 – Eco-Farm Hokkaido

  • 젖소 사육에 자동 로테이션 방목 시스템 도입
  • 자가 생산 목초 사료 사용
  • 매년 탄소감축 실적을 기록해 지역 탄소배출권 시장에 등록
  • 지역 주민과 연계한 친환경 투어 운영

이러한 사례는 동물복지 기준 충족 → 사육 방식 변화 → 탄소 감축 성과라는 선순환 구조를 입증한다.

 

동물복지형 축산의 확산을 위한 조건과 과제

동물복지와 저탄소 축산의 동시 실현을 위해서는 기술적, 제도적, 소비자 인식 개선이라는 세 축이 필요하다.

 

① 인증 기준 정비와 확대

  • 현재 한국은 ‘동물복지 축산 인증제’를 운영 중이나,
  • 탄소감축 요소와 연계된 이중 인증 제도 도입이 필요
  • 예: 동물복지 + 탄소저감 복합 인증

② 소비자 인센티브 제공

  • 복지 축산물은 일반 축산물 대비 가격이 높아 소비 장벽이 존재
  • 탄소 라벨링(Carbon Labeling), ESG 인증, 친환경 급식 도입 등으로 시장 확산 기반 마련

③ 농가 전환 비용 지원

  • 기존 밀집 축사를 개방형 구조로 전환하려면 건축·사료·환경 시설 투자가 필요
  • 이에 따른 정책적 보조금, 저리 융자, 기술 컨설팅 병행이 요구된다.

④ 데이터 기반 환경 성과 계량

  • 분뇨 처리, 사료 구성, 항생제 사용량 등을 데이터화하여 실제 탄소 감축량을 정량 분석하고, 이를 탄소배출권 또는 직불금과 연계하는 정책이 효과적이다.

 

윤리적 축산이 기후 해법이 되는 시대

이제 축산업은 단지 식량 생산의 수단을 넘어, 기후와 생물 다양성, 동물의 권리, 소비자의 윤리적 선택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생태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다. 동물복지형 사육 방식은 그 자체로 탄소 감축, 질병 예방, 자원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과학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농장이 이 전환에 동참해야 하며, 정책과 시장, 교육이 함께 작동하여 축산업이 기후위기의 원인이 아닌 해답이 되는 구조를 실현해야 한다. 진정한 저탄소 사회는 생산방식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축사에서부터 가능하다.